샘 뱅크먼-프리드, 재심 청구 철회... "공정한 심리 기대할 수 없어"
FTX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루이스 캐플런 판사로부터 공정한 심리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재심 청구 모션을 철회했다. 이는 부모가 대리 제출한 서류에 대한 법원의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전략적 후퇴로 풀이된다.
FTX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SBF)가 2026년 4월 22일 루이스 캐플런 연방지방법원 판사에게 제출한 서류를 통해 재심 청구를 공식 철회했다. 그는 해당 법정에서 더 이상 "공정한 심리"를 받을 수 없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재판부와의 갈등을 정면으로 드러냈다. 이번 조치는 자신의 유죄 판결에 대해 제2순회항소법원에 제기한 본안 항소는 유지하면서도, 1심 법원에서의 추가 절차는 중단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검찰의 반대에 대응하는 대신 판사의 질문에 답하는 데 집중해야 했으며, 당신 앞에서 이 주제에 대해 공정한 심리를 받을 수 있다고 믿지 않기에 규칙 33(Rule 33) 모션을 철회한다." — 샘 뱅크먼-프리드, 2026년 4월 22일 법원 제출 서류 중.
뱅크먼-프리드는 이번 철회가 '편견 없이(without prejudice)' 이루어졌음을 명시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직속 항소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필요에 따라 재심 청구를 다시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 2월 부모를 통해 제출했던 재심 청구서가 법원의 엄격한 조사를 받게 되자, 이를 정면 돌파하는 대신 우회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 세' 논란과 법원의 조사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2월 뱅크먼-프리드의 어머니인 바바라 프리드 스탠퍼드대 명예교수가 아들을 대신해 제출한 재심 청구서였다. 당시 변호인단이 아닌 부모가 직접 '프로 세(pro se, 변호인 없이 본인이 직접 수행)' 형식으로 서류를 제출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에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2026년 3월 23일 서한을 보내 뱅크먼-프리드에게 해당 서류 작성 과정에서 변호사의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라고 명령했다.

- 2026년 2월: 바바라 프리드가 아들을 대신해 재심 및 판사 교체 모션 제출.
- 2026년 3월 11일: 검찰이 49페이지 분량의 서면을 통해 재심 청구 기각 요청.
- 2026년 3월 23일: 캐플런 판사가 '프로 세' 모션의 법적 조력 여부에 대한 소명 명령.
- 2026년 4월 22일: 뱅크먼-프리드가 재판부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모션 철회.
미국 검찰은 뱅크먼-프리드의 재심 청구에 대해 강력히 반대해 왔다. 법무부(DOJ)는 2026년 3월 11일 제출한 49페이지 분량의 의견서에서 4주간의 재판 동안 3명의 공모자가 직접 증언했으며, FTX의 파산 상태에 대한 전문가 분석 등 "압도적인 증거"가 제시되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뱅크먼-프리드의 주장이 배심원단의 평결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뱅크먼-프리드는 1심 법원에서의 소모적인 공방보다는 제2순회항소법원에서의 항소 절차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항소심을 통해 유죄 판결 자체를 무효화하거나 형량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철회 결정은 재판부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사법 시스템의 불공정성을 부각하려는 고도의 법적 수사로 평가받고 있다.
부모의 개입과 윤리적 논란
스탠퍼드 법대 교수 출신인 바바라 프리드와 조셉 뱅크먼은 아들의 구속 이후 지속적으로 법적 조력을 시도해 왔다. 특히 바바라 프리드는 법윤리 전문가로서의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재판 과정에서 '헬리콥터 부모'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직접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부모의 개입은 오히려 법원이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플런 판사의 소명 요구는 뱅크먼-프리드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프로 세'로 위장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이는 법원에 대한 기망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뱅크먼-프리드는 이에 대한 답변 기한이 다가오자 "공정한 심리를 기대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논란의 소지가 있는 모션 자체를 거둬들이는 선택을 했다.
현재 뱅크먼-프리드의 주된 법적 경로는 제2순회항소법원에 계류 중인 본안 항소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FTX가 파산 당시 솔벤시(지불 능력)를 갖추고 있었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1심 재판부가 피고인의 방어권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이번 재심 청구는 철회되었으나, 재판부의 편향성에 대한 그의 주장은 향후 항소심에서도 핵심 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환경이나 FTX 파산 절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때 '코인의 왕'으로 불렸던 인물이 사법부와 벌이는 치열한 기싸움은 여전히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뱅크먼-프리드가 주장하는 '불공정한 재판' 프레임이 상급 법원에서 받아들여질지 여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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