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규제 당국의 전방위 압박과 '역설': 수조 달러의 가상자산 유동성은 왜 해외로 향하는가
2026년 3월 미 SEC와 CFTC가 역사적인 규제 통합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가상자산 유동성은 여전히 미 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난 해외 거래소와 역외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2026년 3월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디지털 자산 규제를 위한 역사적인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통합된 규제 전선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명확성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장 데이터는 수조 달러의 유동성이 미 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난 해외 거래소로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폴 S. 앳킨스(Paul S. Atkins) SEC 의장과 마이클 S. 셀리그(Michael S. Selig) CFTC 의장이 주도한 이번 지침은 2019년의 프레임워크를 대체하며 증권과 상품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자 했다. 하지만 규제의 칼날이 날카로워질수록 글로벌 자본은 오히려 미국의 직접적인 관할권 밖에 있는 역외 시장으로의 이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통합 규제안은 디지털 자산의 분류 체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목적을 가졌다. 앳킨스 의장은 3월 17일 연설을 통해 가상자산 규제가 더 이상 파편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연방 증권법의 엄격한 적용을 예고했다.
그러나 2026년 1분기 시장 지표는 규제 당국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코인게코(CoinGecko)의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개 중앙화 거래소의 현물 거래량은 전 분기 대비 39.1% 감소한 2.7조 달러에 그쳤으며, 이는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을 반영한다.
특히 3월 거래량은 0.8조 달러로 분기 최저치를 기록하며 투자 심리 위축을 드러냈다. 이러한 하락세 속에서도 특정 해외 플랫폼으로의 유동성 쏠림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미 당국의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바이낸스(Binance)는 2026년 3월 파생상품 시장에서 35.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강력한 회복 탄력성을 입증했다. 이는 규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핵심 유동성이 여전히 대형 글로벌 플랫폼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한다.
바이낸스의 점유율은 2026년 1월 33.2%에서 2월 35.8%로 상승한 뒤 3월에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2025년 4분기의 침체 이후 시장 유동성이 다시 글로벌 대형 플랫폼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미국의 금융 시장은 투자자의 요구에 부응하며 진화해 왔으며, CFTC와 SEC의 규제 프레임워크 역시 시장 참여자의 필요를 수용하기 위해 현대화되어야 한다. — 마이클 S. 셀리그 CFTC 의장
미국의 거래량 지표 역시 역설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TRM 랩스(TRM Labs)에 따르면 미국은 2120억 달러의 트랜잭션 규모를 기록하며 단일 국가로는 최대 시장 지위를 유지했으나, 이는 전년 대비 11%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전체 시장 규모와 비교할 때 미국의 영향력은 점차 잠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스테이블코인과 역외 시장의 시스템적 위험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구조적 특징은 이러한 유동성 이탈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의 약 99%가 미국 달러에 연동되어 있으나, 정작 이들의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는 곳은 미국의 규제권 밖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비중이 극히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달러 패권의 역외 집중 현상을 경고했다.
- 2026년 1분기 10대 현물 거래소 거래량: 2.7조 달러
- 2026년 3월 바이낸스 파생상품 점유율: 35.7%
- 미국 1분기 가상자산 트랜잭션 규모: 2120억 달러
-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비중: 전체 공급량의 99%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4월 보고서를 통해 역외 유동성 집중의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적절한 자본 및 유동성 버퍼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스테이블코인의 런(Run) 현상은 자산의 강제 매각으로 이어져 글로벌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미 당국의 규제 강화는 기관 투자자들을 CME 그룹과 같은 제도권 거래소로 유인하는 데는 일부 성공했으나, 광범위한 소매 유동성은 여전히 역외 시장에 머물고 있다. 현재 미 의회에서 논의 중인 시장 구조 법안이 이러한 유동성 이탈 현상을 되돌릴 수 있을지가 향후 가상자산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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